loading

주민등록 사실조사 한다고 문자가 오길래 그냥 해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으로 주민등록 사실조사 비대면 참여 기간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예전에는 통장님이 직접 집집마다 방문해서 문을 두드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아파트아이 같은 플랫폼으로 그냥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런 행정 절차에 아주 익숙한 편은 아니다. 그냥 가라고 하면 가고, 서류 떼라고 하면 떼는 수준인데, 이번에는 굳이 행정복지센터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하니 괜히 편해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낯설기도 했다. 어쨌든 귀찮은 일을 현장에서 안 해도 된다는 사실에 바로 앱을 켜고 인증을 시작했다.

앱으로 인증하다가 생긴 작은 혼란

막상 앱을 실행해보니 생각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의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단순히 ‘예/아니오’로만 끝나는 건 아니었다. 세대주가 누구인지,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하나하나 체크를 해야 하는데, 혼자 사는 사람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가족 구성원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간혹 꼬이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행히 별 탈 없이 넘겼지만, 이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오히려 더 복잡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중간에 멈춰버릴 것 같은 구조랄까. 그래도 어찌어찌 정보를 입력하고 제출 버튼을 누르니, 대면 조사를 위해 찾아올 공무원이나 통장님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며칠 전 단양군에서 노후 공동주택 급수 설비 개량 지원 사업을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우리가 사는 공간과 관련된 행정들이 점점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는 건 확실히 체감된다.

동네 도서관에서 본 전시와 묘한 기분

사실 조사를 마치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도서관에 들렀다. 경주 송화도서관에서 지역 작가 전시를 한다기에 겸사겸사 들어갔는데, ‘시간의 표상’이라는 주제가 참 묘했다. 삶과 죽음,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사진으로 풀어냈는데,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상의 ‘존재’를 증명하는 조사를 하고 바로 나와서 이런 전시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사람은 행정적으로는 서류 한 장에 기록되고 정리되지만, 실제 삶의 궤적은 훨씬 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입구에는 예술인 복지재단 인증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그런 전문적인 타이틀이 없었더라도 아마 한참을 서서 사진을 들여다봤을 것 같다. 요즘은 지원 사업이나 복지 제도가 참 많은데, 정작 사람들이 이런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조차도 주민등록 사실조사가 왜 중요한지, 이게 내 삶에 어떤 실제적인 변화를 주는지 깊게 고민해본 적은 없으니까.

행정 절차와 우리들의 일상 사이의 거리감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비대면으로 끝내고 나니, 이제 진짜 동네와 나 사이의 물리적인 연결 고리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동사무소(지금의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담당 공무원과 얼굴을 맞대고 서류를 주고받아야만 일이 처리되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이 서버 어딘가에 데이터로 기록되고 끝이다. 참 효율적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 효율적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관리 대상’으로만 치부되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참전 용사에게 훈장을 전수하고, 노후한 배관을 고쳐주는 것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들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런 것들은 행정의 가장 따뜻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매번 문자로 오는 ‘조사 기간입니다’, ‘확인해주세요’ 같은 안내들은 왠지 모르게 나를 조금 더 바쁘게 만드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남겨진 궁금증들

앱에서 조사를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 거주지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는데, 사실 이 조사가 단순히 기록용으로 끝나는 건지, 아니면 추후에 어떤 복지 혜택이나 동네의 예산 배분에 정말로 반영이 되는 건지 여전히 궁금하다. 만약 내가 비대면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통장님이나 공무원이 집을 방문했을 때 나는 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했을까. 그냥 바빠서 못 했다고 말하면 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사는 곳을 확인받기 위해 문을 열어줘야 하는 건지. 이런 고민 자체가 어쩌면 너무 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행정 서비스가 아무리 디지털로 편해진다고 해도, 결국 우리 일상의 불편함은 그런 시스템 속에서 완벽하게 해소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 처리한 건 사실 정말 간단한 일인데, 어째 끝나고 나니 더 묘한 기분이 드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이런 문자가 오면 그냥 좀 더 고민하지 말고 바로 처리하고 잊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주민등록 사실조사 한다고 문자가 오길래 그냥 해버렸다”에 대한 1개의 생각

  1. ‘존재’ 증명하는 과정이 사진을 통해 삶의 복잡성을 보여주네요. 마치 공적인 기록이 개인의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응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