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액을 보며 숫자를 맞추는 일
월세 날이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밥을 조금 더 아껴 먹게 된다. 누군가는 스마트폰 앱으로 가계부를 쓰고 예산 관리를 완벽하게 한다던데, 나는 사실 통장 잔액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최근 들어 뉴스에서 전기료가 오른다거나 물가가 무섭게 치솟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쪽방촌 어르신들이 90만 원 생계비로 한 달을 꾸려가며 에어컨도 마음 놓고 못 켠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괜히 며칠 전 켰던 에어컨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낸 4만 원 정도의 전기료가 누군가에게는 한 달 생활의 일부를 떼어내야 하는 큰돈일 텐데 싶어서 말이다.
사천시 하수도 요금 유예 소식이 반가운 이유
얼마 전 사천시에서 하수도 사용료 인상을 1년 유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단한 금액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정책 하나가 당장 다음 달 숨통을 트게 한다는 점이 참 현실적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5천 원, 만 원 아끼는 게 결국 한 달 식비의 며칠 치를 결정짓는 문제니까. 예전에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부지원 채무탕감 제도를 검색해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건데, 누구나 살다 보면 버티고 버티다 결국 한계에 부딪히는 지점이 온다는 거다. 그때는 2억 4천만 원 같은 커다란 주택담보대출 숫자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는데, 사실 매달 나가는 생활비가 빵꾸나기 시작하면 그게 다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 같다.
노인 일자리와 우리네 미래에 대하여
전북 쪽 노인 일자리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읽었다. 요즘은 신노년층이 많아져서 단순히 용돈 벌이식 일자리가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활동을 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공익형이나 단순 노동 중심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든 생각은 ‘내 나이가 되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였다. 단순히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나가는 자리 말고,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그때도 남아있을까. 지금 당장 한 달 살기도 벅찬데 너무 먼 미래인가 싶기도 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중국에서는 대입 컨설팅에 AI 챗봇을 써서 대학별 생활비나 취업 전망을 분석해준다는 기사를 봤다. 세상이 참 빠르다. 우리도 정부지원금이나 각종 혜택을 알려주는 AI가 있기는 한데, 막상 내가 신청하려고 하면 조건이 왜 그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소득 분위니, 부양가족 수니 뭐니 따지다 보면 서류 몇 장 떼다가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번에 어떤 지원금을 알아보러 갔다가 서류 보완하라는 말에 그냥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게 꽤 오래전인데도 여전히 그 서류를 다시 챙길 엄두는 나지 않는다.
여전히 남는 씁쓸함과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
결국 정책이 나와도 그걸 찾아내고 신청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건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는 게 좀 야속하다. 정보가 없어서 못 받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텐데. 나는 오늘 또 편의점에서 2+1 행사하는 우유를 샀다. 3천 원 남짓한 돈이지만 이게 또 내일의 점심값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사소한 고민이 언제쯤 끝날지, 아니면 그냥 이게 평범한 일상의 모습인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다들 어떻게 현명하게 사는 건지 가끔은 궁금하지만, 딱히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 오늘도 이렇게 휴대폰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번 달 전기료와 식비를 조율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