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서류 뭉치를 들고 은행 문턱을 넘는 기분

처음 접해본 정책자금의 무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지원금이라고 하면 그냥 뉴스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 사업이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가게 운영비가 생각보다 많이 부족해지면서, 어떻게든 숨통을 틔워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정부에서 해주는 거니까 대출받기도 쉽고 금리도 낮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막상 들어가 보니 무슨 서류가 그렇게 많은지. 서류 뭉치를 출력하다가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서 다시 사러 다녀왔던 그날의 헛웃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대기 번호표와 텅 빈 시간들

서류를 다 챙겨서 가까운 센터를 찾아갔다. 아침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대기실에는 벌써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괜히 나까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조급해지는 묘한 기분이었다. 사실 2천만 원 정도만 더 있으면 급한 불은 끌 것 같아서 그 정도 금액을 생각하고 갔는데, 상담사분은 내가 챙겨간 서류를 보더니 몇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사업자등록증명원은 당연히 떼어갔지만, 매출 확인서나 뭐 이것저것 복잡한 게 많았다. 결국 그날은 상담도 제대로 못 받고 서류만 확인받은 채 그냥 돌아왔다. 왕복 시간 낭비에다가 왠지 모를 패배감이 밀려왔다.

다시 찾아간 센터, 왠지 모를 불확실함

며칠 뒤 다시 서류를 완벽하게 챙겨서 갔다. 이번에는 상담이 진행되긴 했는데, 왠지 내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정책자금을 신청하러 온 사람 A가 된 기분이었다. 금리가 3%대인가 4%대인가 대략적으로 듣긴 했는데, 이게 내 상황에 정말 맞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은 중진공 정책자금이니 뭐니 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데, 나는 당장 이번 달 월세랑 재료비가 급해서 신청하는 거라 그런 전략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신청하고 나면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그동안은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출이 해결책일까 하는 의문

돈이 들어오면 분명히 당장은 편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까? 정부지원금이라고 해도 결국은 나중에 다 갚아야 할 빚 아닌가. 요즘은 경기도 너무 안 좋아서 마트 휴무일 지나고 나면 손님이 뚝 끊기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옆 가게 사장님은 대출받아서 시설 보수를 했다던데, 나는 그저 버티기 위해서 빌리는 거라 좀 씁쓸한 마음도 든다. 요즘은 연체 기록이나 신용 회복 지원 같은 뉴스를 봐도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자다가도 한 번씩 깬다. 300만 원짜리 비상금 대출 하나도 만기 때 다 갚느라 쩔쩔맸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큰돈은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들

어쨌든 신청은 마쳤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통장에 돈이 찍히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까, 아니면 이자 부담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될까. 아무도 정확한 답을 주지 않으니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폐업 시 상환 기간을 연장해 준다는 기사를 봤는데, 굳이 폐업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안전장치가 있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지는 건 왜일까. 오늘 저녁도 가게 문을 닫으면서 정산을 해보는데, 여전히 숫자가 복잡하기만 하다. 다음 달에는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질지, 아니면 또다시 대출 상담을 받으러 다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서류 뭉치를 들고 은행 문턱을 넘는 기분”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