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서류 뭉치만 남은 소상공인 지원 사업 신청기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가게 운영이 너무 어려워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정부지원사업을 기웃거렸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마음이 급해서 여기저기 눈에 보이는 곳은 다 찔러봤던 것 같다. 기업마당 사이트인지 뭔지 하는 곳에 들어가서 나랑 맞는 사업이 뭐가 있나 뒤져보는데, 무슨 용어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서너 시간을 앉아 있어도 머릿속에 들어오는 게 거의 없었다. 그때 본 게 여수시에서 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방문 컨설팅 같은 사업들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내 가게 바닥 청소나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생판 처음 보는 서류들과 서툰 준비

사업자등록증명원은 기본이고,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 같은 서류들을 출력해서 팩스로 보내고 메일로 다시 보내고 하는 과정이 왜 이렇게 번거롭던지. 집 근처 프린터가 고장 나서 문방구까지 달려갔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수수료 3,000원이 아까운 게 아니라, 이걸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서는 그 불안감이 제일 힘들었다. 컨설팅 업체라고 하면서 전화 오는 곳들도 많았는데, 왠지 돈을 달라고 할 것 같아서 덜컥 겁부터 났다. 정부에서 하는 거면 무료라는데, 사설 업체들은 착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덩그러니 남은 컨설팅 교육의 시간

결국 어찌어찌 접수는 됐고,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는 잠깐 기뻤다. 그런데 막상 역량 강화 교육이라는 걸 받으러 가보니 내 옆에 앉은 사람들은 다들 나보다 훨씬 똑똑해 보였다. 강사가 하는 말은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 효율, 고용 안정 지원금 같은 이야기들인데, 당장 다음 달 임대료 걱정하는 나한테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4시간 정도 진행된 교육이었나? 창조경제혁신센터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열렸는데, 다들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에 괜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억지로 볼펜을 굴리기도 했다.

실질적인 도움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

교육 끝나고 전문가가 가게에 방문해서 컨설팅을 해준다길래 기대를 좀 했다. 그런데 막상 방문한 컨설턴트는 가게 인테리어나 메뉴판 배치를 좀 바꾸라고만 했다. 그게 다 돈 드는 일인데, 돈이 없어서 정부 지원을 찾았던 내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조금 답답했다.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지원해주겠다는 사업들도 있었지만, 서류 준비하고 교육받고 결과 보고서까지 제출하는 시간과 노력을 따져보면 차라리 그 시간에 손님 한 명 더 받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과 현장의 미묘한 온도 차이

신문에서는 대형마트 규제가 어쩌고, 골목상권 지원이 저쩌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 가게 문을 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정책들이 내 매출에 당장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기가 참 어렵다. 정책 자금 대출이라도 받으려고 하면 서류 심사에서 미끄러지고, 겨우 통과하면 금리가 생각보다 높아서 망설여지고. 이래저래 고민만 하다가 시간은 가고, 결국 남은 건 내 노트북에 저장된 수많은 양식 파일들과 영수증들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지원 사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도 하던데, 나한테는 왜 이렇게 매번 겉도는 느낌인지 모르겠다.

다음에도 또 신청하게 될까

지금도 가게 구석에 지원사업 안내문이 적힌 팸플릿이 하나 굴러다닌다. 다음에 또 모집 공고가 뜨면 나는 아마 습관처럼 다시 사이트를 들어가 보겠지.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위안용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드니까 말이다. 막상 신청 버튼을 누를 때마다 드는 이 찜찜하고 미묘한 기분은,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서류 뭉치만 남은 소상공인 지원 사업 신청기”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