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합격 문자 받고 들떴던 지난주
지난주까지만 해도 나는 분명히 어디론가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고를 보고 자소서를 쓰느라 며칠 밤을 새웠고, 면접 날에는 평소에 입지도 않던 뻣뻣한 정장 재킷을 입고 강남역 근처 스터디룸을 빌려 대기했었다. 코멘토 직무부트캠프 같은 데서 연습했던 답변들이 다행히 머릿속에서 잘 나와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을 때, 드디어 나도 인턴 생활이라는 걸 해보는구나 싶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친구들에게도 다 알렸다. 한국철도공사나 한국농어촌공사 같은 굵직한 곳은 아니더라도, 내가 관심 있던 분야에서 실무를 배울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며칠 뒤 갑자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연락과 함께 인턴 채용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너무나 황당했던 채용 취소 과정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담당자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건조했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 몇 번을 되물었다. 분명히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회사 내부 사정으로 계획이 바뀌었다고 하니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게 부당해고인지 뭔지 따져볼 경황도 없었다. 그때 문득 뉴스를 보다가 봤던 기사가 생각났다. 인턴 합격 통보 후 취소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그런 걸 따져서 내가 다시 거기 들어간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징역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무거운 단어들이 오가는 법률 상담 글들을 보고 있자니, 그냥 빨리 잊고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허탈함은 며칠이 지나도 가시질 않는데, 이래서 다들 인턴 자리 하나 구하는 것도 전쟁이라고 하나보다.
차라리 다시 자격증 공부나 하자고 생각했다
인턴 합격 취소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애써 다른 공고들을 뒤적거렸다. 대웅제약 채용이나 이런저런 곳들의 공고를 보는데, 이제는 무언가 덜컥 합격해도 기쁘기보다 불안함이 먼저 앞선다. 혹시나 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방학은 학교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기술 교육이나 다시 알아볼까 한다. 인천건설기술교육원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그래도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으니까. 비용은 대략 몇십만 원에서 국비 지원까지 다양하게 나뉘어 있는데, 사실 돈보다 중요한 건 내가 여기서 확실히 뭔가를 배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실무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꺾이니까 사람이 참 소심해진다.
혼자 하는 고민과 흐릿한 계획
요즘은 매일 아침 카페에 나가서 채용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는 게 일이다. 20대 후반, 아직 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이지도 못했는데 벌써 이런저런 풍파를 겪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요즘 다들 인턴이다 뭐다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인턴으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잘리는 것보다는, 지금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억지로 해본다. 데이터센터나 AI 관련 기술이 유망하다는 뉴스를 봐도 사실 내 당장 눈앞의 과제는 인턴 하나 구해서 출근 도장을 찍는 거니까. 어제는 너무 답답해서 한강 근처를 무작정 걸었다. 여름 특선 보양식 뷔페 광고를 하는 호텔 앞을 지나는데, 나랑은 참 상관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씁쓸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실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한 번의 경험이 사라졌을 뿐이고, 내 취업 준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내일은 다시 다른 공기업 인턴 공고나 꼼꼼히 뜯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면접을 보게 된다면 너무 설레어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합격 통보를 받아도 입사 당일 문 앞까지 가기 전까진 믿지 않기로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를 책임져 줄 곳은 결국 나 자신뿐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인턴 자리가 안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경력을 쌓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자격증을 하나 더 따는 게 맞는 건지.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은 채 매일매일 조금씩 흐르기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