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70만 원씩 묶어두는 게 맞는지 고민하던 시작점
작년이었나, 청년도약계좌 신청이 한창 이슈였을 때 나도 일단 가입부터 하고 봤다. 매달 70만 원 한도를 채워서 넣으면 나중에 정부 기여금도 나오고 이자 소득세도 면제된다고 하니까, 남들 다 하는 마당에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한 달에 70만 원 정도는 어떻게든 생활비를 아껴 쓰면 욱여넣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매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월급을 받아서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매달 나가는 교통비에 식비까지 쓰고 나면 통장에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적금을 넣기 위해 억지로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이게 과연 맞나 싶었다. 당장 오늘 내일 쓸 돈이 쪼들리는데 5년 뒤에 목돈을 만지는 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생활비지원 같은 단어들을 검색해 보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쯤부터였던 것 같다. 뭐라도 당장의 숨통을 틔워줄 만한 국가나 기업의 보조금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청년도약계좌 유지와 중도 해지 사이에서의 갈등
시중은행의 일반 적금 금리가 3%대에서 4%대 초반을 왔다 갔다 하던 시절이었다. 청년도약계좌는 기본 금리에 우대 조건까지 맞추면 훨씬 높은 이율을 챙길 수 있고, 게다가 정부에서 지원금까지 일부 얹어주니 이론적으로는 무조건 유지하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내 주머니 사정은 또 다른 문제다. 주변에 물어봐도 의견이 갈렸다. 어떤 친구는 매달 20만 원만 최소한으로 넣고 남는 돈은 비상금으로 돌리라고 했고, 어떤 친구는 그냥 해지하고 일반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게 속 편하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 청년미래적금 같은 다른 상품들 정보가 돌면서, 갈아타기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모양이다. 5년이라는 만기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했을 때 그동안 쌓인 정부 기여금을 못 받게 된다는 규정을 읽어보는데, 그 몇만 원 안 되는 돈 때문에 발이 묶여 있는 기분이 들어 괜히 답답했다. 약관을 읽다 보니 머리만 아파졌고, 결국 휴대폰을 덮어두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기업 후원 생활비 지원 사업들의 조건들
그러다 문득 기업이나 복지재단 같은 곳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는 생활비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예를 들어 S-OIL에서 진행하는 굿잡드림 같은 프로그램은 취업 준비와 생활비까지 연계해서 총 1억 3천만 원 규모로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 애큐온저축은행 같은 곳에서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식비나 의류비로 쓸 수 있게 6000만 원 상당을 지원한다는 기사도 보였다. 혹시 나 같은 평범한 취업 준비생도 신청할 수 있는 틈새가 있을까 싶어 상세 모집 요강을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주말 오후에 집 앞 투썸플레이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서류 조건들을 하나하나 찾아봤는데, 역시나 세상에 공짜는 없고 지원 대상을 좁혀 놓은 이유가 다 있었다.
자립준비청년 대상의 지원금 신청 자격을 확인해 보니
내가 봤던 S-OIL의 굿잡드림이나 애큐온의 지원금은 주로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었다.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보호 기간이 끝나서 사회로 막 나온 친구들을 돕기 위한 취지였다. 당연히 그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이 가야 하는 것이 맞고, 취지도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생활비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비용이나 취업 멘토링까지 해준다니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만 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아 매달 월세와 생활비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제도적인 자립준비청년 분류에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혜택의 대상은 될 수 없었다. 법적인 사각지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현실의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지역, 예컨대 전남 함평군 같은 곳에서는 민생회복지원금으로 군민 1인당 50만 원씩 준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결국 당장의 고정비 지출을 스스로 줄여야 하는 현실
지원금을 찾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안의 지출을 줄이거나 알바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엑셀을 켜고 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다 긁어모아서 정리해보니 한숨만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배달 앱 결제 내역이었다. 혼자 살다 보니 마트에서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는 게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들 때가 많았다. 대용량으로 사면 썩어서 버리기 일쑤였고, 1인 가구용 소포장 재료는 배달 음식 가격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커피값이라도 줄여보겠다고 1,500원짜리 저가 커피 브랜드로 바꿨는데, 이런 푼돈을 아낀다고 해서 한 달에 70만 원이라는 큰돈이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다. 적금을 유지하기 위해 내 일상의 최소한의 여유마저 깎아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정책적 혜택과 내 통장 잔고의 괴리감
정부에서 청년들을 위해 좋은 적금 상품을 만들고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돈이 없어서 돈을 모으기 힘든데, 돈을 모아야 혜택을 주는 구조랄까. 이번 달에도 자동이체 날짜가 다가오면서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데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냥 해지해 버리고 당장 먹고 싶은 거 편하게 먹으면서 살까 싶다가도, 나중에 나이 먹고 후회할까 봐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떻게 이 금액을 채워 넣어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특별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그냥 배달 앱을 지웠다 깔았다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마르크로 틔는 자전의 풍경이 떠오르네요. 혼자 요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이 생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