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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뭉치를 들고 은행 문턱을 넘나들던 기억

처음에는 정부 지원이라는 단어에 조금 들떴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물건을 떼어오고 매장 집기를 들이는 것만 해도 매일이 전쟁이었다. 그때 주변에서 들려오던 이야기가 정부 지원금이나 저금리 정책자금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서를 쓰면 돈이 뚝딱 나오는 줄 알았다. 소상공인 창업자금 대출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것처럼 광고가 넘쳐나는데, 막상 들어가서 읽어보면 다들 뻔한 소리뿐이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도 그렇고, 이름은 대단해 보이는데 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당장 운영자금이 쪼들리니 어쩔 수 없이 정보를 찾아보게 되더라.

서류를 준비하다가 몇 번을 포기하고 싶었다

은행 문턱을 처음 넘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슨 서류는 그렇게 많은지, 사업자등록증은 기본이고 매출 실적, 임대차 계약서, 심지어는 내가 예전에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까지 꼼꼼히 챙겨야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나 경기도소상공인대출 관련 정보를 보고 갔는데, 창구에 앉은 상담원은 무척 사무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담보가 없으면 어렵다’는 말을 너무 담담하게 하길래, 나는 대체 무엇을 믿고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 그때가 대충 대출금리가 4~5%대였던 것 같은데, 정책자금이라고 해서 엄청난 혜택이 있을 줄 알았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마이너스 통장과 현실적인 대출의 간극

결국 정책자금은 복잡한 심사 절차 때문에 포기하고, 급한 대로 사업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이게 정말 웃긴 게, 사업이 잘 안 풀리면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로 훅 떨어지는데 매달 나가는 이자가 정말 아프게 느껴진다. 홈플러스나 대기업들이 수천억 원씩 운영자금을 대출받고 연대보증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나는 고작 몇천만 원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은행을 들락거렸는데, 그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거대한 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니까. 나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거창한 경영 전략 같은 걸 세우기보다, 그냥 다음 달 임대료를 어떻게 메꿀지가 더 급한 고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드는 묘한 기분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왜 그렇게 안달복달했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 돈이 없었으면 당장 문을 닫았겠지만,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들였던 시간과 스트레스는 어디서 보상받나 싶다. 어떤 곳은 기업 맞춤형 금융 컨설팅을 해준다고 광고하는데, 내가 상담받았던 곳은 그냥 서류 접수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모든 건 내 책임으로 돌아온다. 내가 빌린 돈은 내가 갚아야 하고,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해도 결국 내 신용이 담보가 되어야 하는 거니까. 지원 정책이 있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게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사실을 그때 몸소 체감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

요즘도 가끔 은행 앱에 들어가서 대출 잔액을 확인한다. 이자가 나가는 날에는 그냥 조금 우울해진다. 사업이라는 게 참 묘해서, 남들 보기에는 그럴싸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도 정작 속은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와 매달 나가는 고정비 때문에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누군가는 정부 자금을 잘 활용해서 사업을 키웠다고 하지만, 나처럼 그 문턱에서 서류만 몇 번이나 고쳐 썼던 사람은 그런 성공담이 마냥 남의 일처럼 들린다. 다음 달에도 또 서류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끝난 건지, 아니면 잠시 멈춘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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