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뉴스만 켜면 SK하이닉스니 반도체 클러스터니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쏟아져서 피곤할 지경이다. 누구는 지금이 기회라 하고, 또 누구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고. 그런 소리에 휘둘리는 게 싫어서 며칠 전에는 주식 앱을 아예 핸드폰에서 삭제해 버렸다. 그런데 막상 화면에 빨간색 파란색 숫자판이 없으니 허전하기도 하고, 문득 내가 가진 푼돈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싶은 불안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그러다 밤늦게 엉뚱하게도 예전에 관심만 가졌던 시골 땅 매물들을 다시 뒤적거리게 되었다.
원주랑 당진 쪽 땅값은 왜 이렇게 올랐나
예전에 강원도 쪽이나 충남 당진 일대의 임야 매매 정보를 눈여겨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평당 몇만 원 하던 땅들이 지금은 기억 속의 가격보다 훨씬 훌쩍 뛰어 있다. 사실 그때 샀어야 했다는 생각보다는, 도대체 누가 이 땅들을 이 가격에 사서 뭘 하려는 건지 궁금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니 뭐니 하는 거창한 뉴스들이 나오면서 그 주변으로 자금이 쏠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여파가 여기까지 미친 건지 아니면 그냥 원래 시골 땅값이 다 오른 건지 알 길이 없다. 지도 앱을 켜서 원주 토지 매매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막상 전화를 걸어볼 용기는 없으면서도, 남들은 수십억씩 투자해서 반도체니 뭐니 하는 판에 끼어드는데 나만 이렇게 뒤처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단색화 그림이라도 사야 하나 하는 헛된 생각
주식도 부동산도 다 복잡하고 어려우니 차라리 미술품 투자나 해볼까 싶어 검색창에 ‘단색화’를 쳐보았다. 이름만 들어도 기품 있어 보이는 그림들인데,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창을 바로 닫았다. 몇천만 원은 기본이고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싶더라. 파브라이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는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라는데, 나는 당장 내일 점심 메뉴도 고민하는 처지에 평생 보유할 투자처를 찾는다는 게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가끔은 이런 정보들이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평 전원주택 매매 광고만 계속 뜬다
한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알고리즘이 무서운 게, 이제는 내 피드에 양평 전원주택 매매 광고가 줄기차게 나온다. 2억 원대에서 5억 원 사이의 매물들이 즐비한데, 사실 서울을 벗어나서 살 엄두는 나지 않으면서도 ‘주말에만 내려가서 쉬면 어떨까’ 하는 낭만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관리비며 세금이며, 나중에 되팔 때의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골 땅이라는 게 한번 사두면 묶이는 돈이 되기 일쑤라는데, 뉴스에서는 자꾸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돈을 번다고 부추기는 것만 같다.
결국은 그냥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게 제일인가
결국 어제도 밤새도록 지도 앱과 매매 사이트만 들락날락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들었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상장해서 몇십 조를 조달한다거나, 미국계 자금이 한국의 반도체 밸류체인을 다시 평가한다는 기사를 읽어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거창한 투자 철학을 세우기보다는, 그냥 지금 당장 내 통장에 있는 돈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금이 가장 혼잡한 투자처라고 경고하고, 또 누군가는 기회라고 외치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이 모든 정보가 그저 소음처럼 들릴 때가 많다. 다음 달에 다시 주식 앱을 깔게 될지, 아니면 정말로 뜬금없이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땅을 보러 가겠다고 나설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일단은 그냥 이대로 두는 게 제일 마음 편한 것 같다.

양평 땅 광고 때문에 생각 많아지네요. 관리비 문제도 꼼꼼히 따져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