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나도 대상이 되는 줄 알았던 청년 주거비 지원 조건
작년 말쯤이었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 작은 작업실 겸 사무실을 구해 독립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였다. 보증금 몇 천에 월세 몇십만 원 나가는 게 당장 백수가 된 나에게는 너무 큰 돈이라 자연스럽게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 같은 걸 검색해 보게 되었다. 마침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세 지원 사업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이건 무조건 신청해야겠다’ 싶었다. 나이 제한도 대충 맞았고, 소득이 없으니 당연히 1순위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며 혼자 김칫국을 마셨다. 하지만 실제 공고문을 다운로드받아 읽어보는 순간부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현재 소득이 없다고 해서 다 주는 게 아니었다. 원가구 소득이라는 기준이 있어서, 부모님의 소득과 재산까지 전부 합산해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여야 한다는 복잡한 단서 조항이 붙어 있었다. 부모님과 주소지를 분리한 지 꽤 되었는데도 여전히 부모님의 재산 상태 증빙 서류를 내가 떼어서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첫 번째 걸림돌이었다.
복지로 모의계산기 앞에서 헤매던 서류 준비 과정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뒤지다가 정부 포털인 복지로 홈페이지에 모의계산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기에 내 소득과 부모님의 소득,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임차보증금 액수 등을 입력하면 대략적인 대상 여부를 알려준다고 했다. 마침 알아본 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 원룸이었는데, 모의계산기에 금액을 넣고 부모님의 대략적인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입력하는 과정 자체가 고역이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이번 달 건보료 얼마 나오셨냐”, “집 명의로 된 대출이 정확히 얼마냐”라고 일일이 물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지원금 몇 푼 받겠다고 집안 경제 사정을 꼬치꼬치 캐묻는 모양새가 스스로도 참 껄끄러웠다. 대충 수치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니 ‘대상자 선정 가능성이 높음’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떴다. 확답도 아니고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안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묘한 기분이었다.
대전신용보증재단 방문을 미루게 만든 까다로운 보증 조건
주거비 지원과는 별개로, 작은 사업자등록을 내고 운영자금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대전신용보증재단에도 문의를 해보았다.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끊어주면 시중은행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가맹점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담을 예약하고 필요한 서류 목록을 받아보니 주거비 지원 서류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사업자등록증은 기본이고 매출 증빙 서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원, 국세와 지방세 완납증명서까지 요구했다. 이제 막 사업자등록을 한 신규 창업자에게 지난 몇 달간의 매출 증빙을 가져오라는 식의 요구는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소상공인대출조건을 만족하려면 신용점수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했는데, 기존에 쓰던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점수가 아주 높지는 않던 터라 보증서 발급 자체가 거절당할까 봐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렸다. LH에서 진행하는 청년전세임대 같은 다른 주거 지원 제도와 비교해 보면,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발급은 금융 거래에 가까워서 그런지 심사 기준이 훨씬 엄격하고 차가웠다.
서류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답답한 대기 시간
우여곡절 끝에 대전신용보증재단과 주민센터 두 곳에 서류를 각각 제출하고 나니,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신청자가 너무 몰려 서류 심사에만 최소 4주에서 길게는 두 달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루하루 통장 잔고는 줄어가는데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매일 아침 메일함과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특히 청년월세 특별지원의 경우, 신청일로부터 결과 통보까지 꼬박 7주가 걸렸다. 그 중간에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며 주민등록등본에 부모님 주민번호 뒷자리가 가려져 나왔으니 다시 제출하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을 때는 정말 허탈했다. 그것 때문에 처리 기간이 일주일은 더 밀린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자가 비싼 다른 카드론을 써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막상 지원금을 받아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잔여 지출들
마침내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첫 지원금으로 20만 원이 계좌에 들어왔을 때, 기쁘다기보다는 약간의 허무함이 먼저 찾아왔다. 매달 나가는 월세 45만 원 중 20만 원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남은 25만 원과 관리비, 공과금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기 때문이다. 대전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진행하려던 소상공인 대출도 결국 보증 한도가 생각보다 낮게 나와서 내가 계획했던 시설비용의 절반 정도밖에 메우지 못했다. 정부에서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청년정책을 내놓고 지원금을 뿌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정작 그 혜택을 받기 위해 개인이 겪어야 하는 행정적 피로감과 실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의 괴리는 제법 컸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 정도 지원마저 없었다면 진작에 보증금을 까먹고 다시 본가로 들어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툴툴거리면서도 다음 달 입금일을 기다리게 되는 내 모습이 조금 씁쓸하다. 지원 기간이 끝나고 나면 그땐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벌써부터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거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셨나 봐요. 모의계산기 결과도 애매하니까 더 신경 쓰이신 것 같네요.
복지로 계산기에서 나온 결과랑 실제 상황이 좀 달라서 그런지,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