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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텍 창업박람회에서 소고기 체인점 상담을 받고 돌아오던 길

직장 생활의 불안감으로 찾아갔던 학여울역 세텍 창업박람회

회사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마침 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 전시관에서 창업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말 아침 일찍 서둘러 갔는데도 전시장 입구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서 입장을 기다리는 데만 20분 가까이 걸렸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사방에서 마이크 소리와 음식 냄새, 팸플릿을 나눠주는 손길들이 뒤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소액투자나 대학생창업, 혹은 부부창업을 준비하는 듯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부스마다 빼곡히 앉아 상담을 받고 있었다. 나도 일단 리플릿 가방을 하나 받아 들고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다들 너무 진지해서 왠지 모르게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소고기프랜차이즈 담가화로구이 부스에서 들은 구체적인 견적

여러 음식점창업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던 소고기프랜차이즈 ‘담가화로구이’ 부스 앞에 멈춰 섰다. 고깃집은 그래도 수요가 꾸준하겠지 싶어 상담 신청서를 쓰고 순서를 기다렸다. 차례가 되어 상담 테이블에 앉았는데, 본사 직원이라는 분이 태블릿을 보여주며 브랜드의 장점과 고기 유통 시스템에 대해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나 광고에서는 분명 소액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고 홍보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보여준 견적서를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가맹비 1,500만 원에 교육비 500만 원, 거기에 주방 설비와 초도 물품비, 인테리어 비용까지 평당 계산해서 합치니 점포 임대료와 권리금을 뺀 순수 개설 비용만 대략 1억 3천만 원 선이 훌쩍 넘어갔다. 여기에 매달 본사에 내야 하는 로열티와 마케팅 분담금도 매달 고정적으로 나간다고 하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개인 삼겹살집 오픈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의 비용 비교

상담을 받고 나니 예전에 아는 형님이 개인 삼겹살체인점 대신 본인 이름을 걸고 개인 식당창업을 했을 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형님은 인테리어도 발품 팔아서 직접 업자를 수소문하고, 주방 집기도 황학동 중고시장에서 다 구매해서 총비용을 7천만 원 안팎으로 해결했다고 했었다. 소고기 체인점 프랜차이즈로 들어가면 물류나 매장 운영 시스템이 다 짜여 있어서 편하긴 하겠지만, 초기 비용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다 보니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소스를 다 제공해 주니 주방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진율을 따져봤을 때 원육 공급 가격이 유동적이라 매출이 나와도 내 손에 쥐어지는 순수익이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개인 창업은 레시피 개발부터 홍보까지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고, 체인점은 편하지만 시작부터 빚을 크게 지고 가야 하니 어느 쪽도 쉽게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

청년창업지원 정책자금 대출의 현실적인 문턱과 조건들

혹시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싶어 종합상담 창구에 들러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에 대해 물어보았다. 안내 책자에는 저금리로 몇천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지만, 실무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나이 제한이나 신용도 조건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담보가 없으면 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서류와 심사 기간이 몇 달씩 걸린다고 했다.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일부 지자체나 특정 청년창업지원 항목에서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순위가 밀리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정부지원금이라는 것도 거저 주는 돈이 아니라 언젠가는 갚아야 할 이자 있는 빚이고, 그것마저도 승인이 날지 안 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덜컥 프랜차이즈 계약부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많은 리플릿을 들고 전시관을 나오며 들었던 복잡한 생각들

세텍 전시관 안에서만 거의 3시간 동안 이리저리 치이며 상담을 받고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지만 머리는 더 무거웠다. 가방 가득 담긴 알록달록한 리플릿들을 내려다보는데, 그 안에 적힌 화려한 성공 사례들이 나와는 참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식점창업 관련 카페의 글들을 검색해 보았다. 박람회에서 들었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실제로 체인점을 운영하다가 적자를 보고 폐업했다는 양도양수 글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었다. 물론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도무지 들지 않았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결국 내 돈이 들어가야 하고, 그 큰돈을 투자해서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당분간은 직장 생활을 조금 더 버티면서 정말 나에게 맞는 길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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