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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재난지원금 바우처를 가족 식사에 썼을 때의 찜찜함

카드 사용 직후에 찾아온 불길한 예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다. 조문객 맞느라 며칠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는데, 발인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야 가족들이랑 조용히 밥 한 끼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가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쓰시던 재난지원금 바우처 카드가 보였다. 잔액이 꽤 남아있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이게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 건지 전혀 계산이 안 됐다. 그냥 습관처럼 카드를 긁었고, 그렇게 우리는 장례를 마친 뒤 식사 값을 계산했다. 식당에서 5만 원 정도가 나갔는데, 결제는 아주 순식간에 끝났다. 그런데 식당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이거, 돌아가신 분 명의인데 계속 써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뒤통수를 세게 치는 기분이었다.

행정기관에 물어보기엔 너무 지친 상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제가 어제 이렇게 사용했는데 괜찮나요?’라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장례 절차만으로도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사망 신고를 하러 갔을 때도 서류 한 장 떼는 데 시간이 꽤 걸렸고, 담당 공무원은 사무적인 태도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그게 참 기운 빠지는 일이었다. 여기서 지원금 이야기까지 꺼내면 또 어떤 복잡한 절차나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몰라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런저런 사례를 찾아보니, 나처럼 갑작스럽게 상을 당하고 나서 지원금 사용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놔두면 나중에 알아서 소멸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부정 수급으로 간주될 수 있으니 바로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는데, 5만 원 때문에 나중에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불확실함

결국 고민만 하다가 그 카드는 지갑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잔액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다 소멸되길 기다리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주민센터에 가서 자진 반납이라는 걸 해야 하는 건지.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5만 원이 아까운 것보다, 이게 나중에 행정적인 문제로 내 이름 옆에 ‘부정 수급자’ 같은 딱지가 붙을까 봐 그게 제일 겁난다. 주변 친구들은 별일 아닐 거라고 하는데, 막상 내가 겪어보니 이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미묘한 스트레스다. 공공기관에서 지원금을 줄 때는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막상 누군가 사망했을 때 남은 잔액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명확한 매뉴얼을 본 적이 없다.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느끼는 피로감

아마 이 지원금은 그냥 시스템상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직접 카드를 사용해버린 입장에서는 매달 카드 명세서를 볼 때마다 그때의 식당 결제 내역이 눈에 밟힌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카드 사용처가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되니까 더 그렇다. 화재 피해 가구에 긴급 주택을 지원한다거나 하는 기사들을 보면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잘 쓰이는구나 싶다가도, 나처럼 사소한 실수를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는 왜 이리 찾기 힘든지 모르겠다. 상담 전화를 한 통 하면 모든 게 명쾌해질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아버지의 사망을 증명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자꾸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며칠 지나면 좀 무뎌질 줄 알았는데, 지갑 속 카드를 볼 때마다 그때의 찜찜함이 조금씩 다시 살아난다. 그냥 잊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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