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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촉진자금 신청하러 갔다가 서류 뭉치만 보고 왔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다. 에어컨 설치업을 시작한 지 3년쯤 됐나. 처음엔 그냥 장비 사고 현장 뛰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운영 자금이 쪼들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대출 기회를 놓치고 나니, 뭐라도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본 ‘혁신성장촉진자금’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게 또 이름부터가 뭔가 거창해서 과연 우리 같은 소매업종도 대상이 될까 싶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문턱 넘기

결국 집 근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부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대충 찾아볼 땐 그냥 신청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담당자 앞에서는 질문 하나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소매업도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참 묘했다.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업종이 있다 해도, 실제 심사 과정에서 ‘혁신성’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충족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거다. 단순히 에어컨을 설치하는 일 말고, 이게 어떤 식으로 기술적인 차별점이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는데,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그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서류 준비와 끝없는 확인 절차

상담사분이 건네준 안내문에는 중소기업확인서부터 시작해서 재무제표, 사업계획서까지 준비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3억 원 정도의 한도 내에서 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도 있었지만, 그걸 받기 위해 쏟아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 대출 금리가 시중 은행보다 낮다는 게 큰 장점이지만, 그만큼 심사가 까다로운 모양이다. 특히 우리처럼 설치 위주의 소상공인은 스마트제조지원사업 같은 게 더 맞을 수도 있다며 다른 쪽을 슬쩍 언급하시는데, 또 거기 가서 서류 새로 준비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규제와 현실 사이의 괴리

요즘 뉴스를 보면 청년 일자리나 혁신 성장을 위해 수조 원씩 푼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 자금의 물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체감하기가 참 어렵다. 내 주변 사장님들만 봐도 당장 다음 달 임대료 걱정하는 판인데, 고차원적인 성장 전략이나 AX전략이니 하는 말들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어제는 신용보증재단 대출이라도 다시 알아볼까 싶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복잡한 인증 절차 때문에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자금 고민

결국 돌아오는 길에 사무실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생각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 방향을 억지로 ‘혁신’이라는 틀에 끼워 맞추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몸으로 부딪쳐가며 버티는 게 나은 건지. 아마도 전자라면 전문 컨설팅이라도 끼고 서류 작업을 해야 할 텐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 하려던 일의 본질이 흐려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지금 당장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한 번쯤은 이런 제도적인 도움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 주쯤 다시 한번 관련 서류를 들여다볼 생각인데, 아마 이번에도 비슷한 고민만 하다가 밤을 지새우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명쾌한 답을 얻길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돌아온 건 더 복잡해진 머릿속뿐이다. 상담해주신 분은 친절하셨지만, 막상 현장에 와서 보니 정책과 현실 사이에는 넘기 힘든 커다란 벽이 하나 더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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