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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 신청하러 가던 날

고용센터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날의 기억

회사를 정리하고 나오면서 솔직히 막막함이 제일 먼저 찾아왔다. 퇴직금이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바로 다음 직장을 구하기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맨날 하던 생각, ‘언제까지 이렇게 다녀야 하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린 셈이다. 그렇게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뒤로하고 고용센터라는 곳을 처음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왜 이렇게 긴장되던지. 실업급여 신청 자격이 되는지 확인하러 간 것인데, 사실 상담 창구에 앉기 전까지 내가 이걸 당당하게 신청해도 되는 건지 스스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서류와 절차

온라인으로 미리 교육을 듣고 갔는데도 막상 현장에서는 또 다른 서류들이 필요했다. 이직확인서가 처리되었는지, 퇴사 사유가 정확히 코드로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은근히 번거로웠다. 상담원분이 내 서류를 보면서 무미건조하게 ‘이거 처리 안 되면 다시 오셔야 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한마디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매달 고용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는데, 왜 이렇게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건지. 집에서 가까운 센터는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업무를 보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 번호표 뽑고 한 시간은 넘게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생활비 지원이라는 명목의 무게감

요즘 뉴스를 보면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직접 수급 자격자가 되어보니 그런 이야기가 마냥 가볍게 들리지는 않았다.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생활비가 고마운 건 사실이지만, 막상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을 계산해보면 이전 월급의 60~70% 정도다. 공과금 내고, 보험료 몇 개 빠져나가고, 식비 좀 아끼면 정말 딱 숨만 쉬는 정도다. 여기에 실손보험료 같은 고정 지출까지 감당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굶다시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하지만, 막상 50대에 접어들어 은퇴를 고민하게 되니 이 지원금마저 사라질 훗날이 더 걱정됐다.

구직 활동과 눈치 싸움의 연속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매달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워크넷이나 사람인 같은 곳에서 이력서를 넣는데, 나이가 좀 차서 그런지 면접 연락 오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재취업을 위해서 하는 건가, 아니면 급여를 받기 위한 숙제인가’라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포용금융이니 중저신용자 지원이니 하는 뉴스들이 많지만, 당장 내 앞가림하기도 벅차다. 우리은행에서 하는 생활비 대출 상품 같은 걸 알아본 적도 있는데, 이것도 결국 빚을 내는 거라 망설여지더라. 결국은 내가 스스로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여전히 숙제다

지금은 일단 일주일에 3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구해서 지내고 있다. 예전만큼의 수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숨통은 트인다. 퇴직 후 1년 이내에는 저비용 일자리라도 빨리 연결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들 말을 이제야 체감한다. 어차피 연금 받기 전까지는 10년 이상의 소득 절벽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고용센터에서 받았던 실업급여는 내 인생의 방패였을까, 아니면 잠시 멈춰 서게 만든 핑계였을까. 여전히 답은 모르겠다. 다만, 매일 아침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때로는 너무 공허하게 느껴져서, 조만간 또 다른 일을 찾아 다시 구인 사이트를 뒤적거릴 것 같다. 다음번에는 좀 더 안정적인 곳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 생활비 부족의 굴레를 계속 맴돌게 될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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