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서류 뭉치 들고 은행 문턱 넘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나

처음에는 정부지원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 사실 가장 걱정했던 건 아이템보다는 당장 나갈 가게 보증금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부지원사업이나 정책자금이라는 단어가 넘쳐났다. 정부에서 돈을 빌려준다는 게 꽤 쉬운 일인 줄 알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를 몇 번 들락거리고, 경기도에서 청년 창업자를 위해 뭔가 해준다는 공고를 보고 나면 당연히 내 차례가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서류를 챙기려니 시작부터 막막했다. 사업계획서라는 걸 처음 써보는데, 이게 단순히 사업 아이템만 적는 게 아니라 향후 3년 치 매출 계획까지 추정해서 써야 하더라. 그때 나는 내 가게가 한 달에 얼마를 벌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은행 창구에서 마주한 차가운 현실

결국 보증서를 받기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으로 향했다. 거기서 상담하시는 분들은 친절했지만, 말투에는 묘하게 ‘너 같은 초보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기류가 깔려 있었다. 특히 업력이 없는 창업 초기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와도 증빙할 게 없다 보니 더 어렵다고 했다. 보증서를 발급받으면 시중은행에서 저금리 대출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그 ‘보증서’를 받는 과정이 정말 지난했다.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던지. 3일에서 5일 정도면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막상 심사가 들어가니 이런저런 보완 서류를 요구하는 전화만 몇 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서류 뭉치와 대기 시간의 늪

한번은 사업자등록증명원부터 시작해서 임대차 계약서, 통장 거래 내역까지 챙겨서 은행에 갔는데, 도장이 하나 빠졌다고 다시 오라고 했다. 왕복 한 시간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지금 사업을 하려는 건지, 서류 떼러 다니는 전문꾼이 되려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옆 창구에서는 누군가 부동산 담보 대출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상담 속도가 나보다 훨씬 빨라 보였다. 역시 한국 금융 구조가 아직은 부동산 담보 위주인가 싶어서 괜히 씁쓸해지기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은 담보가 없으니 정부가 해주는 보증이라는 거대한 벽을 하나 더 넘어야 하는 거니까.

제2금융권까지 기웃거려본 마음

지쳐갈 때쯤에는 차라리 조금 금리가 높더라도 절차가 간단한 제2금융권이나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도 했다. 소상공인 운전자금이 1~2%대 저금리라는 말에 혹해서 매달렸던 건데, 이 정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게 과연 기회비용 측면에서 맞는 건지 계산이 안 섰다. 주변에서는 다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다고 하지만, 정작 나는 당장 이번 달 월세와 인테리어 비용 때문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정책자금을 받겠다고 몇 달을 매달리느니 차라리 빨리 장사를 시작해서 현금을 돌리는 게 나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끝이 나긴 했지만 찜찜함은 남았다

결국 어찌어찌 보증을 받고 은행에서 대출 실행까지 완료했다. 3천만 원 정도를 손에 쥐었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기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출금을 입금받는 순간, 기쁨보다는 매달 나가야 할 이자와 원금 상환에 대한 압박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지원금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결국은 내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선명해진 것이다. 지금도 통장에 찍힌 그 금액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잘 굴려야 할지, 아니면 이 돈을 그대로 깔고 앉아 있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사업 자금 받으면 다들 자신감 넘치던데, 나는 왜 이리 불안한지 모르겠다.

“서류 뭉치 들고 은행 문턱 넘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나”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