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훨씬 적게 들어온 근로장려금
며칠 전에 통장 내역을 확인하다가 조금 당황했다. 매년 이맘때면 들어오던 근로장려금 입금액이 작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계산이 잘못된 건가 싶어서 홈택스 사이트를 몇 번이나 다시 들락거렸다. 내 소득 상황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금액을 확인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냥 물가가 올라서 생활비가 부족한 건가 싶기도 하고, 단순히 내 소득 신고 과정에서 뭔가가 누락되었나 하는 불안함도 들었다. 몇 달 전 뉴스에서 보았던 재난지원금 관련 기사들이 떠올랐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나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이야기들이 내 장려금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괜히 예산 돌려막기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행정 시스템의 복잡함과 막연한 의구심
예전에 의성군 같은 곳에서 공무원들이 AI를 활용해서 민생지원금 지급 시스템을 혁신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참 세상이 좋아졌구나 싶었는데, 정작 내 손에 들어오는 지원금은 왜 이렇게 들쭉날쭉한 건지 모르겠다. 단말기 지원금 차별 금지나 KT 같은 통신사 과징금 부과 소식처럼 나라에서 하는 일들이 참 많긴 하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촘촘하게 엮여서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의 규모를 조정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행정적인 실수가 있는 건지 일반인인 나는 알 길이 없다. 내가 직접 문의를 넣어봐도 상담원들은 메뉴얼에 있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다. ‘소득 요건과 가구원 수에 따른 산정 방식이 변경되었다’는 말이 어찌나 벽처럼 느껴지는지.
보험금 청구보다 더 어려운 지원금 확인
지인이 사는 경산시에서는 시민안전보험 범위를 확대해서 야생동물 피해까지 보장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건 참 알뜰살뜰하게 잘 챙기는 것 같은데, 왜 전국 단위의 장려금은 이렇게 체감이 안 되는 걸까. 사실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전국민에게 지급하던 시절에는 적어도 내가 국가로부터 뭔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들었다. 지금처럼 근로장려금이 깎여서 들어오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받지 못한’ 허탈함이 더 크다. 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사람이 체감하는 효능감은 오히려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60만 원이니 70% 지급이니 하는 말들이 들리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내 통장 잔액을 보면서 예산의 흐름을 혼자 짐작해보게 된다.
불투명한 산정 기준에 대한 찝찝함
어디 가서 물어볼 데도 없다. 근로장려금이 재난지원금의 재원 마련 때문에 줄어든 거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응대뿐일 테니까. 명확한 수치나 근거를 제시해주기보다는 그냥 ‘규정이 그렇다’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10만 원 혹은 20만 원이 나에게는 한 달 식비의 꽤 큰 부분인데, 이게 어떤 기준으로 깎였는지 속 시원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 사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체감하는 현실은 항상 예산이 부족해서 내 몫이 깎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다음 해를 기다리는 마음
결국 이번에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이상 따져봐야 감정만 상할 것 같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뿐이다. 어차피 지원금이라는 게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오가는 거겠지만,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돈 문제만큼은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그냥 통장을 닫고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이게 정말 정책의 우선순위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잘 모르는 행정적 오류인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