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뭉치를 들고 창구 앞에 서는 마음
최근 들어 가게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빈 점포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환율이 1,600원대를 넘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게 임대료나 재료비 걱정이 앞서는데, 은행 문턱은 어찌나 높은지 모르겠다. 얼마 전 신용보증재단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좀 알아볼까 싶어 나름대로 서류를 챙겨 은행에 갔었다. 사실 2~3년 전만 해도 이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담당자 앞에 앉으니 내가 챙겨간 서류가 왜 이렇게 보잘것없어 보이던지. 시중은행 금리가 7~8%를 넘나드는 마당에 담보대출을 새로 받는다는 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고 돌아왔다.
청년 창업 지원금은 정말 그림의 떡인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하는 청년창업대출 같은 거라도 알아봐야 하나 싶어 홈페이지를 기웃거렸다. 1억 원까지 시설 자금으로 2.5% 고정금리를 준다는 내용을 보면 솔깃하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려고 보면 내 사업장이 그 조건에 딱 맞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복잡한 서류가 숨어 있는 건지 머리부터 아파온다. 실제로 내 주변 사장님들 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금을 신청하고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라 속만 태우는 경우를 꽤 봤다. 나 역시도 신청하고 나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까 봐 선뜻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다. 차라리 지금 당장 매출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다가도,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기엔 당장 나가는 고정비가 너무 크다.
대안 정보 심사라는 게 진짜 도움이 될까
요즘은 하나은행 같은 곳에서 대안 정보를 활용해 중금리 상품을 준비한다거나, 배달 앱 플랫폼을 연계해서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뉴스가 많이 나온다. 15종의 정보를 활용해서 심사를 고도화한다고 하니 예전보다는 기회가 늘어난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스마트한 기술들이 내 당장의 운영 자금 확보에 얼마나 체감될지는 잘 모르겠다. 상담을 받아보면 결국은 담보가 있느냐, 신용점수가 몇 점이냐 하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주택연금처럼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받는 방식도 있다지만, 그건 정말 최후의 수단 같아서 아직은 고려하고 싶지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신한은행의 기초연금 비상금 대출이나 땡겨요 플랫폼 연계 지원 같은 소식도 눈에 들어왔다. 어떤 곳은 담보가치에 따라 최대 3억까지 해준다고 하는데, 내 가게 가치가 그렇게 높게 평가받을 리도 없고, 애초에 그런 큰 금액이 필요한 단계도 아니다. 그냥 딱 당장 다음 달 임대료랑 인건비 정도 막을 숨통이 필요한 건데, 정부지원금이라는 게 왜 이렇게 거창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오히려 불안함만 커진다.
결국은 오늘도 메뉴판을 다시 적는다
대출 상담을 위해 썼던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메뉴판을 새로 디자인하거나 재료 단가를 조금이라도 낮출 방법을 고민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정부 정책자금이다 뭐다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 봤지만, 속 시원하게 ‘이거다’ 싶은 답을 찾지는 못했다. 아마 내일도 똑같이 오픈 준비를 하고, 환율 뉴스를 보며 한숨을 쉬고, 또 대출 관련 검색어를 몇 번씩 새로고침하고 있을 것 같다. 무언가 해결책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막상 손에 쥐어지는 건 없는 이 기묘한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 아니면 그냥 계속 이렇게 버티는 게 답인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